친환경 냉매제 ‘이소부탄’국산화
[대전일보 2005-01-19 11:33]
원유를 정제할 때에는 여러 가지 혼합물질이 나온다.
이 가운데 ‘이소부탄’(C4H8)이라는 것이 있다. 이소부탄은 무색의 기체로 인화
성이 강하고 쉽게 액화된다.
이소부탄은 식당에서 연료용으로 쓰이는 1회용 부탄가스와는 다르다. 이소부
탄은 연료용이 아니라 주로 냉장고나 에어컨의 ‘냉매’로 쓰인다. 10여 년 전까
지만 해도 이 소재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. 프레온이라는 탁월한 냉매가 있
었기 때문이다.
최근 이소부탄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. 프레온이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
범으로 몰린 덕분이다.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프레온을 냉매로 쓰는 냉장고 등
전자제품은 전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. 교토의정서 등 지구 온난화 관련 각종
협약은 이소부탄의 수요폭발을 촉진했다.
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소부탄의 국산화는 국내 산업계의 숙원이었다. 대덕연구
단지에는 이런 이소부탄을 국산화한 사람들이 있다. 주인공은 한국에너지기술
연구원 조순행 박사(55)팀이다.
조 박사는 지난해 99.9%의 초고순도 이소부탄 공정을 선보여 업계에 주목을 받
았다.
조 박사가 이소부탄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.
프레온 등 냉매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몰리고 새로운 소재가 한창 필
요로 하던 때였다.
‘별거 아니네’하는 심정으로 달라 붙었다. 그러나 그리 쉬운 공정은 아니었다.
이소부탄을 얻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수소화 정제기술. 10여 가지 공정을 거
쳐 순도 99.5%의 이소부탄을 추출해 내는 공정이다.
하지만 수소화 정제기술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. 가장 큰 문제는 정제를 위
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.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. 업계에서는 기
존의 방법으로 99.5% 이상의 초고순도의 이소부탄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다
고 결론을 내렸다.
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작용했다. 순도가 떨어지다 보니 냉매가 완벽하
게 응축되지 않아 성능 저하로 이어졌다. 결로 현상(물체 표면에 물방울이 생
기는 현상)도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.
조 박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. 99.5% 이상 기존의 고순도를 넘어서야 했
기 때문이다.
연구팀이 달라붙어 개발한 것이 흡착제를 이용한 제조기술이다. 기존의 복잡
한 공정을 모두 제거하고 방향제의 원료인 올레핀을 이용한 흡착제를 사용한
것이 성공한 것이다.
올레핀 흡착제를 이용, 흡착탑을 거치도록 만든 것인데 불가능이라고 여겨졌
던 99.9%의 초고순도가 만들어졌다. 당연히 간단한 공정이기 때문에 비용도 기
존 방법에 비해 두 배 이상 저렴해졌다.
조 박사가 내놓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충남 연기군의 한 화학 전문 기업으로 기
술이전됐다. 이 회사는 지난 12월 연간 1500t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지어 본격적
인 생산에 돌입했다.
현재 삼성전자와 대우전자,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는 물론 만도 등 김치냉장
고 전문업체, 캐리어 등 에어컨 전문업체에 샘플 공급을 마친 상태다.
가전회사에 본격 공급에 들어가면 올 한해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
로 이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. 이 회사는 수요 폭발에 대비해 생산 용량을 지금
의 3-4배 가량인 5000t으로 늘릴 예정이다.
유럽 국가의 경우 프레온 등 오존층 파괴지수가 높은 냉매를 장착한 전자제품
의 경우에는 원천적으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.
조 박사는 “삼성전자에서 99.5% 이상의 초고순도 이소부탄을 구하려고 백방으
로 수소문했지만 구하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었다”면서 “업계에서 신뢰성 테스
트만 마치면 곧바로 적용될 것”이라고 밝혔다.
조 박사의 관심 분야는 은을 사용하는 흡착제를 보다 값싼 재료로 대체하는
것. 이소부탄은 냉매 뿐 아니라 에어졸이나 스프레이 등에 많이 쓰이는 만큼 앞
으로 경쟁을 위해서는 생산 원가를 낮춰줘야 하기 때문이다.
그는 "흡착제를 이용한 이소부탄 공정은 지금의 제조 원가를 10분의 1로 줄일
수 있고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"이라면서 "업계에서 검증
되면 프레온 등을 대체하는 차세대 냉매로 세계 시장에 공급될 것"이라고 밝혔
다.
<丘南平 기자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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